아이 셋을 재우고 새벽 2시에 엑셀을 연다

막내가 제일 늦게 잠든다.

첫째와 둘째는 눕히면 십 분 안에 조용해지는데, 막내는 꼭 한 번 더 일어난다. 물을 달라거나, 아까 하던 이야기가 안 끝났다거나. 다 들어주고 나면 열한 시가 넘는다.

거실 불을 끄고 식탁에 앉는다. 노트북을 연다. 여기서부터가 내 시간이다.

셀 하나를 두고 삼십 분

낮에 못 본 결산 파일을 연다. 지점별 숫자가 안 맞는다. 어디서 어긋났는지 찾으려면 원본 자료를 다시 열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다른 게 눈에 걸린다. 계정 이름이 통일이 안 돼 있다. 이걸 그냥 두면 다음 달에도 같은 자리에서 막힌다.

고친다. 고치다 보면 한 시가 된다.

이 정도면 넘어가도 되는 걸 나는 잘 못 넘긴다. 넘긴 적이 없는 건 아니다. 넘겼다가 두 달 뒤에 더 큰 걸로 돌아온 적이 몇 번 있었고, 그 뒤로는 그냥 그날 고친다.

사람들은 이걸 꼼꼼하다고 한다. 강점이라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 회사가 지금까지 버틴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숫자를 끝까지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동시에 내가 새벽 두 시에 식탁에 앉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낮에는 시간이 없다

경영을 하다 보면 낮에는 남의 일을 한다. 전화가 오고, 현장에서 부르고, 결정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하루 종일 뭔가를 하는데 내가 하려던 건 하나도 못 한다.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 일은 자연히 밤으로 밀린다. 밤이 좋아서가 아니다. 밤밖에 없어서다.

서른 초반에는 밤이 잘 돌아갔다. 새벽 세 시에 제일 머리가 맑았다. 지금은 아니다. 열두 시가 넘으면 같은 자료를 두 번 읽는다. 아침에 하면 삼십 분에 끝날 일을 두 시간 붙잡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침에는 또 그 시간이 없다.

냉장고 앞에서

두 시쯤 맥주를 한 캔 꺼낸다.

거실은 조용하고, 아이들 방문은 닫혀 있고, 식탁 위에는 아직 안 닫은 파일이 열려 있다. 이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일이 남아서 앉아 있는 건지, 앉아 있고 싶어서 일을 남겨두는 건지 가끔 헷갈린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주에 아이들과 온전히 함께 있던 시간을 세어보라고 하면, 나는 그 숫자를 말하기가 좀 두렵다.

아침

여섯 시 반에 막내가 방문을 연다. 아빠 일어나, 하고 배 위로 올라온다.

네 시간쯤 잤다. 나는 웃으면서 일어나고, 아이는 오늘 뭘 할 건지 말하기 시작한다. 나는 듣는다. 듣는 동안 어젯밤에 고치던 셀이 머릿속에서 한 번 지나간다.

고쳐야겠다고 생각한다. 파일 말고, 이 생활을.

십 년째 그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