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율 123퍼센트. 그런데 회사는 안 망했다
결산이 확정된 날, 파일을 열고 한참 앉아 있었다.
그 달 원가율이 123퍼센트로 찍혀 있었다. 백을 넘는다는 건 매출로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많다는 뜻이다. 백 원어치를 팔고 백이십삼 원을 썼다.
이런 숫자를 처음 보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매번 같은 자리가 서늘하다.
한 덩어리로 보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한동안 그 숫자만 쳐다봤다. 그러다 비용을 항목별로 늘어놓고 하나씩 물었다. 이건 다음 달에도 나가는 돈인가.
세 덩어리가 걸러졌다.
설비와 재료를 새로 들인 값. 낡은 기계를 바꾸고 소모된 것을 다시 채웠다. 매달 하는 일이 아니다. 몇 년에 한 번 몰아서 나가고, 나간 달의 장부만 무너뜨린다.
한 번에 몰린 영업비. 오래 준비하던 거래가 그달에 매듭지어졌다. 들어간 비용은 그달 장부에 다 찍히고, 그 거래가 만들 매출은 다음 달부터 몇 년에 걸쳐 들어온다. 비용과 매출의 시계가 다르다.
세금. 이건 원가가 아니다. 장사를 잘하고 못하고와 상관없이 정해진 날짜에 나간다.
셋 다 그달에 일어난 사건이었지, 우리 사업이 매달 그만큼 새고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걸러내고 다시 계산했다
세 덩어리를 빼고 매달 반복되는 비용만 남겨서 다시 계산했다. 원가율이 90퍼센트 초반으로 내려왔다. 영업이익률로는 8퍼센트 남짓.
그러니까 사업 자체는 남는 구조였다. 다만 그달에 사건 세 개가 겹쳤을 뿐이다.
여기까지 계산하고 나서 잠깐 안도했다. 그리고 곧 다른 게 보였다.
8퍼센트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8퍼센트짜리 마진은 얇다. 얼마나 얇은가 하면, 이번 달처럼 설비 한 번 바꾸는 것으로 통째로 사라진다. 실제로 사라졌다.
매출의 60퍼센트가 인건비로 나간다. 사람 손으로 돌아가는 사업이라 그렇다. 그 말은 나머지를 아무리 쥐어짜도 움직일 수 있는 폭이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조적으로는 흑자”라는 문장은 반쯤만 맞다. 흑자 구조인데, 그 흑자가 사건 한 번을 못 견딘다. 견디게 만들려면 마진 자체를 두껍게 해야 하고, 그건 이번 달 결산서를 들여다본다고 나오는 답이 아니다.
어디가 사고이고 어디가 병인가
같은 계산을 지점별로 나눠서 해봤다.
대부분은 사건 때문이었다. 설비를 바꾼 곳, 영업비가 몰린 곳. 사건을 걷어내면 다 흑자로 돌아왔다.
한 곳만 달랐다. 그 지점은 그달에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도 적자였다. 다른 곳은 매출 대비 인건비가 40~60퍼센트대인데, 그 지점만 70퍼센트대였다. 사건이 없는데 적자라는 건, 사건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사고는 지나가지만 병은 안 지나간다. 이 둘을 갈라 놓기 전까지 나는 네 곳을 똑같이 걱정하고 있었다. 그건 걱정을 네 등분해서 아무 데도 안 쓰는 일이었다.
남는 생각
원가율 123퍼센트는 틀린 숫자가 아니다. 정확한 숫자다. 다만 그 숫자 하나로 할 수 있는 판단이 거의 없을 뿐이다.
숫자를 갈라 놓는 데는 반나절이 걸렸다. 그 반나절 전까지 나는 회사가 무너지고 있다고 믿었고, 반나절 뒤에는 한 지점의 인건비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같은 회사, 같은 달, 같은 장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