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물량의 4분의 1은 공짜였다
원가를 다시 계산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우리가 하루에 처리하는 수량과, 청구서에 적히는 수량이 달랐다. 조금 다른 게 아니라 꽤 달랐다. 세어보니 전체의 26퍼센트가 돈을 받지 않고 나가고 있었다.
어디서 새고 있었나
한 번에 생긴 게 아니었다. 몇 년에 걸쳐 하나씩 붙은 것들이었다.
여유분. 혹시 모자랄까 봐 계약 수량보다 조금 더 보낸다. 처음엔 정말 “조금”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기본이 됐다. 안 보내면 전화가 온다.
현장에서 늘어난 몫. 계약할 때 정한 인원과 실제 인원이 다르다. 늘어난 만큼 우리는 더 만들고, 청구는 계약서대로 한다. 누가 결정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굳었다.
서비스로 나가는 것. 처음 거래를 틀 때 “이건 서비스로 해드리겠습니다” 했던 것들이 몇 년째 그대로 나간다. 그때는 작은 물량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각각은 다 이유가 있었다. 문제는 아무도 이걸 합쳐서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26퍼센트가 어떤 숫자인가
공짜로 나가는 물량에도 원가는 똑같이 든다. 재료가 들어가고, 사람이 붙고, 설비가 돌고, 차가 나간다. 그러니까 이건 돈 받는 물량이 대신 짊어지고 있는 짐이다.
이걸 원가에 넣고 손익분기점을 다시 계산했다. 25퍼센트가 올라갔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던 손익분기점은 틀린 숫자였다는 뜻이다. “이 정도 물량이면 남는다”고 생각한 지점에서 사실은 안 남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왜 여태 몰랐나
장부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장부에는 없는 물량이니 장부를 아무리 봐도 안 보인다.
매출은 청구서에서 나온다. 원가는 지출에서 나온다. 그 사이에 “만들었지만 청구 안 한 것”이 들어갈 칸이 없다. 회계 시스템은 이걸 보여주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
이걸 보려면 회계 밖으로 나가야 한다. 현장에서 하루에 몇 개가 나가는지 직접 세고, 그걸 청구서와 나란히 놓고 빼야 한다. 나는 그걸 몇 년 만에 처음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아직 답을 못 찾았다. 솔직히 그렇다.
당장 26퍼센트를 다 유료로 돌리면 거래처가 뒤집힌다. 몇 년 동안 공짜로 받던 걸 갑자기 청구하는 셈이니 그쪽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가 관리를 못 한 대가를 상대에게 청구하는 모양새다.
지금 하고 있는 건 세 가지다.
첫째, 새로 맺는 계약에는 이 몫을 처음부터 넣는다. 과거는 못 되돌려도 앞으로 늘어나는 건 막을 수 있다.
둘째, 항목별로 크기를 나눠 본다. 26퍼센트가 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갈래인데, 그중에는 협상해볼 만한 것도 있고 그냥 우리가 안고 가는 게 맞는 것도 있다. 다 같은 무게로 다루면 아무것도 못 한다.
셋째, 매달 이 숫자를 본다. 지금까지는 아예 보지 않던 숫자였다. 보기만 해도 늘어나는 건 멈춘다.
남는 생각
이 26퍼센트는 누가 훔쳐간 게 아니다. 전부 우리가 좋은 마음으로 내준 것들이다.
거래처와 잘 지내려고, 클레임 안 나오게 하려고,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성의를 보이려고. 그때마다의 판단은 다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아무도 그걸 더해보지 않았다. 몇 년치를 더하니 회사 하나가 휘청일 크기가 되어 있었다.
작은 호의는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원가 어딘가에 조용히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