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를 줄였더니 더 큰 돈이 나갔다
결산서를 펴면 손이 먼저 인건비 줄로 간다.
가장 큰 줄은 사람이다. 나머지 항목을 다 합쳐도 그보다 작다. 무언가를 줄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 눈에 이보다 크게 보이는 줄은 없다.
엑셀에서는 깨끗하게 떨어졌다
다른 칸은 그전에 이미 훑었다. 임대료는 계약서에 적혀 있어 올해는 못 움직인다. 재료를 더 싼 것으로 바꾸면 그건 품질에서 돌려받게 된다. 매출을 늘리는 쪽은 맞는 방향이지만 이번 달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이번 달 안에 움직일 수 있는 칸은 하나뿐인 것처럼 보였다.
한 자리를 줄이면 매달 얼마가 남는지 계산했다. 열두 달을 곱했다. 숫자가 컸다.
그 숫자를 보고 나면 안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남은 사람들이 나눠 맡는 걸로 정리했고, 물량은 그대로 돌아갔다.
한동안은 계산대로였다. 그 무렵 나는 이 결정을 잘한 결정 쪽에 적어두었다.
청구서는 시차를 두고 온다
계산에 없던 부분은 그다음부터였다.
일이 몰린 자리에서 실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일에서 실수는 그대로 클레임이 된다. 잘못 나간 것을 되돌리는 데는 원래 일보다 손이 더 든다. 아낀 인력으로 그 뒷수습을 했다.
그리고 사람이 나갔다. 줄인 자리가 아니라 남긴 자리에서 나갔다.
퇴직금이 한 번에 나갔다. 매달 아끼던 금액을 여러 달 모아야 겨우 채워지는 돈이었다.
빈자리는 비워둘 수 없었다. 새로 뽑았다. 뽑는 데 드는 비용이 있고, 뽑은 사람이 제 속도를 내기까지 또 시간이 있다. 그 기간 동안 회사는 임금을 다 주면서 생산은 덜 받는다. 장부 어디에도 안 적히지만 분명히 나가는 돈이다.
오래 일한 사람이 가진 것은 속도만이 아니다. 어느 공정에서 무엇이 잘 틀리는지 알고, 틀리기 전에 손을 뻗는다. 그건 인수인계 문서에 안 적힌다. 사람이 나가면 그 앎도 같이 나가고, 나간 자리는 한동안 사고로 채워진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얼마 뒤 인건비 줄을 다시 봤다. 줄이기 전과 비슷했다.
그사이 나간 퇴직금과 채용 비용, 클레임을 되돌린 시간까지 더하면 오히려 더 썼다. 아낀 돈은 몇 달치였고, 되돌아온 청구서는 한 번에 왔다.
인건비는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문장 하나를 바꿨다.
“인건비가 많다”가 아니라 “이 일이 사람 손을 이만큼 요구한다”로 바꿨다.
앞 문장은 사람을 빼라고 말한다. 뒤 문장은 일을 바꾸라고 말한다. 설비, 공정, 동선, 배치. 같은 물량을 더 적은 손으로 처리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쪽은 돈이 먼저 들고 결과가 나중에 나온다. 인건비 절감은 반대다. 결과가 먼저 나오고 비용이 나중에 온다. 급한 사람은 뒤쪽을 고른다. 나도 그랬다.
남는 생각
인건비를 단독으로 건드릴 수 있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사람 손에 덜 매인 사업이라면.
우리는 아니었다. 이 사업에서 사람은 비용 항목이라기보다 생산 설비에 가깝다. 설비를 줄이면서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은 적어놓고 보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그게 인건비 줄에서는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도 그 줄은 여전히 가장 크다. 이번에는 다른 쪽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