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을 하는데 한 곳만 계속 적자였다

사업장이 여럿이다. 하는 일은 같다. 같은 것을 같은 순서로 처리해서 같은 종류의 고객에게 보낸다. 매뉴얼도 하나다.

그런데 한 곳만 계속 적자였다.

매출부터 봤다

결산서를 펴면 그곳은 매출이 작아 보인다. 그러니 매출이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한동안 그랬다. 영업을 더 붙이면 된다고.

가장 성적이 좋은 곳을 옆에 놓았다. 하루에 처리하는 양이 거의 같았다. 크기가 아니었다.

다음은 단가였다. 싸게 받아서 그런가. 두 곳의 평균 단가를 나란히 놓았다. 차이가 1퍼센트도 안 됐다.

받는 돈이 같으면 남는 건 쓰는 돈이다.

상품 구성이라고 믿었다

한동안은 상품 구성이 답이라고 믿었다.

적자인 곳은 손이 많이 가는 세트 계약만 있었다. 손이 덜 가는 단품 계약이 하나도 없었다. 흑자인 곳은 단품이 열에 넷이었다. 이 정도면 설명이 되는 줄 알았다.

계산을 다시 했다. 매출이나 건수가 아니라, 현장이 실제로 손을 대는 횟수로. 주된 품목 하나가 한 번이면 거기 딸려 오는 것 하나가 또 한 번이다. 세트 계약이 손이 많이 가는 건 맞았다. 그런데 적자인 곳은 딸려 오는 품목이 적었다. 하나가 많고 하나가 적어서, 고객 한 명이 만드는 일의 양은 두 곳이 같았다.

일의 양이 같은데 원가만 40퍼센트 넘게 높았다.

가설 하나가 지워졌다.

현장이 느린가

그다음은 사람이었다. 느리거나, 많거나.

한 사람이 하루에 처리하는 양을 셌다. 적자인 곳이 전체에서 가장 많았다. 흑자인 곳의 1.6배가 넘었다. 가장 적은 인원으로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현장을 더 조이자는 말은 이곳에는 꺼낼 수 없는 말이었다.

한 사람당 인건비는 가장 높았다. 그건 능력이 아니라 고용 형태였다. 그곳은 전원이 상시 인력이었고, 비교한 곳은 단기 인력 비중이 높았다. 처리한 양으로 나누면 두 곳의 인건비 차이는 13퍼센트로 줄었다. 현장 원가 안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전체에서 가장 낮았다.

인건비도 아니었다.

물건을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은 격차의 4분의 1이었다. 동선을 전부 바꿔도 거기까지다.

남은 칸

매출이 아니다. 단가가 아니다. 상품 구성도 아니다. 사람이 느린 것도, 많은 것도 아니다. 옮기는 비용은 일부다.

지우고 나니 남은 건 현장에서 나가는 돈 중 사람 몫이 아닌 것들이었다. 임차료, 수도와 전기, 설비, 소모품. 두 곳 원가 격차의 4분의 3이 여기 있다.

그 칸의 내역은 아직 아무도 열어보지 않았다. 두 곳의 지출 내역을 나란히 놓고 계정별로 가르면 며칠이면 된다. 돈도 안 든다. 문서에는 최우선이라고 적혀 있다. 적어둔 채로 있다.

현장 원가에서 인건비는 3분의 1이 조금 넘는다. 나머지 3분의 2는 작은 줄 여러 개다. 결산서에서 가장 큰 줄은 늘 사람이라서, 그 아래 줄들은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이 없다. 작은 줄을 다 합치면 가장 큰 줄보다 크다는 게 이번 계산에서야 눈에 들어왔다.

답 대신 남는 것

이 글에 원인은 없다. 무엇이 아닌지만 있다.

그래도 지우기 전과 후는 다르다. 지우기 전이었다면 손이 인건비 줄로 갔을 것이다. 그곳의 사람을 줄이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지금은 안다. 거기서 사람을 줄이면 회사에서 가장 빠른 손을 줄이는 것이고, 원가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지난 결산서에도 그곳은 적자로 찍혀 있었다. 다음에 열 칸은 정해졌다. 이번엔 사람 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