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이 안 와서 잘 돌아가는 줄 알았다

아침에 오던 알림이 안 왔다. 조용한 날이구나 하고 넘어갔다.

며칠 뒤 다른 걸 찾다가 그 폴더를 열었다. 마지막 기록이 이레 전이었다.

이레와 닷새

그때 확인한 게 세 건이다.

메일함 하나를 지켜보라고 시켜둔 감시가 이레 동안 멈춰 있었다. 메일을 분류해 넘기는 흐름 전체는 닷새 동안 돌지 않았다. 숫자를 모아오는 배치는 매일 돌기는 했는데, 매번 실패로 끝나고 있었다. 실행은 됐으니 스케줄러 화면에는 어제 돌았다고 적혀 있었다.

세 건 다 알림이 없었다. 고장 났다는 신호가 안 온 게 아니라, 고장 났을 때 신호를 보내는 부분을 아무도 안 만들어 둔 것이다.

사람이 하던 일은 안 하면 티가 난다. 자리가 비어 있고, 넘어와야 할 게 안 넘어오고, 며칠이면 누가 묻는다. 기계는 안 그렇다. 조용한 것과 죽은 것이 화면에서 똑같이 생겼다.

사람 손을 뗀 일이 늘수록 안 보이는 것도 같이 는다. 맡긴 게 다섯 개일 때는 머리로 셀 수 있었는데, 열몇 개가 되니 어제 뭐가 돌았는지 나도 모른다.

성공에 알림을 붙여두면

처음에는 알림을 잘된 쪽에 붙여 뒀다. 수집 완료, 발송 완료, 몇 건 처리.

그러면 실패가 조용해진다. 아무것도 안 오는 날에 두 가지 뜻이 겹친다. 오늘은 처리할 게 없었다는 뜻과, 안 돌았다는 뜻. 둘을 구분할 방법이 없으니 사람은 편한 쪽으로 읽는다. 나는 이레 동안 편한 쪽으로 읽었다.

그래서 방향을 뒤집었다. 잘 돌아간 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상할 때만 말하게 했다. 대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전부 훑는 점검 하나를 따로 세웠다. 이상이 없으면 그날은 아무것도 안 온다.

목록이 낡아 있었다

점검하는 스크립트는 사실 이미 있었다. 열어 보니 감시할 작업 이름을 손으로 적어둔 목록을 들고 있었고, 그 사이에 새로 만든 작업 다섯 개가 목록에 없었다.

감시자가 감시 대상이 늘어나는 걸 못 따라간 것이다. 이것도 조용히 실패하는 방식 중 하나다. 스크립트는 매일 정상 작동했고, 자기가 보는 범위 안에서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목록을 지웠다. 대신 이름에 정해진 말이 들어간 작업은 전부 자동으로 잡히게 바꿨다. 새 작업을 만들면서 감시 목록에 추가하는 걸 잊어버리는 사람이 나라서, 사람이 기억해야 하는 자리를 없애는 게 맞다고 봤다.

감시자가 죽으면

여기서 한 칸이 더 남는다. 점검하는 쪽이 죽으면 다시 침묵이다.

그래서 점검이 결과 보고서를 못 남기고 끝나면, 그걸 실행시킨 바깥쪽에서 “점검이 끝나지 않았다”고 대신 알리게 했다. 침묵을 잡으려고 만든 것이 스스로 침묵하지 않도록, 한 겹을 더 두른 셈이다.

뜬 게 다 고장은 아니다

점검을 켜고 며칠은 목록이 길었다. 멈춘 것으로 잡힌 작업 중에 내가 일부러 꺼둔 것이 섞여 있었다.

그걸 다 살려놨으면 안 돌아야 할 것들이 돌았을 것이다. 그래서 손대기 전에 왜 멈췄는지부터 확인하게 순서를 정해 뒀다. 목록에 떴다는 것은 확인하라는 뜻이지 고치라는 뜻이 아니다.

이 점검에 드는 돈은 이상이 있는 날에만 든다. 다들 잘 돌아간 날은 훑어보고 아무 말 없이 끝난다. 감시를 켜면 유지비가 붙는다고 미루는 분들이 있는데, 붙는 자리를 이상이 있는 날 쪽으로 옮겨 놓으면 평소에는 0이다.

요즘 아침에는 아무것도 안 온다. 그게 좋은 신호라는 걸 확인하는 데 하루에 한 번, 몇 초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