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고 만든 프로그램을 아무도 안 썼다
한참 걸려 만든 걸 넘겼다. 쓸 사람은 몇 명 안 됐다.
따로 돌던 도구를 하나로 모은 것이었다. 로그인 한 번 하면 다섯 가지 일을 그 안에서 하게 만들었다. 만드는 쪽에서는 정리인데 쓰는 쪽에서는 이사다. 그 차이를 그때는 몰랐다.
일주일 뒤에 물어봤다. 받긴 받았다고 했다.
받긴 받았다
열어보니 실행이 안 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받은 파일이라 윈도우가 막아둔 것이다. 막힌 걸 푸는 방법을 적어서 같이 보냈는데, 그 안내문을 열어본 사람이 없었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못 보던 경고창을 읽고, 안내문을 찾아 열고, 거기 적힌 파일을 한 번 더 실행하고, 그러고 나서야 시작이다. 그 다섯 단계 끝에 있는 게 어제까지 엑셀로 하던 일이다.
안내문을 없앴다. 프로그램이 켜질 때 그 표시를 스스로 지우게 고쳤다. 사람이 읽어야 할 문장을 한 줄 지운 것이 그 주에 한 일 중에 제일 쓸모 있었다.
버튼이 세 개였다
다음에 나온 말은 어느 걸 눌러야 하냐는 것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그 일은 세 단계다. 자료를 받아오고, 맞춰보고, 결과를 올린다. 그래서 버튼을 세 개 만들고 순서를 적어뒀다.
쓰는 사람 머릿속에서는 한 단계다. 명단이 맞는지 본다. 세 개로 나뉘어 있으면 그건 기능이 아니라 외워야 할 순서다. 하나로 합쳤다. 누르면 받아오는 것부터 맞춰보는 것까지 알아서 간다.
파일 이름도 같은 문제였다. 고칠 때마다 새로 보내다 보니 어느 게 최신인지 나도 헷갈렸다. 지금은 판을 올릴 때마다 로그인 화면에 번호를 같이 띄운다. 물어보면 화면에 뜬 숫자를 읽어주면 된다.
한 번 틀리면 그다음은 없다
기능 쪽에서 진짜 문제가 하나 있기는 했다.
기관 이름이 한쪽 자료에는 띄어쓰기로, 다른 쪽에는 붙여쓰기로 적혀 있었다. 사람은 눈으로 보고 같은 곳이라고 넘긴다. 프로그램은 다른 곳으로 센다. 다른 지역에 같은 이름의 기관이 있는 경우에는 반대로, 두 곳의 인원이 한 줄에 합쳐져 나왔다.
숫자가 틀렸다는 걸 쓰는 사람이 먼저 알아챘다. 그게 제일 안 좋다. 도구가 자신 있게 틀린 답을 내놓으면, 그다음부터는 맞는 답을 내놔도 다시 손으로 확인한다. 확인할 거면 안 쓰는 게 빠르다.
고치면서 규칙을 하나 바꿨다. 애매하면 빈칸으로 둔다. 비슷한 후보가 여럿이면 자동으로 고르지 않고 사람한테 물어본다. 채워진 칸은 믿을 수 있게 만드는 쪽이, 많이 채우는 쪽보다 낫다고 봤다.
거리
돌아보면 안 쓰인 이유가 기능에 있던 적이 없다. 경고창, 버튼 개수, 파일 이름, 한 번 틀린 숫자. 전부 그 일을 지금 하고 있는 방식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의 문제였다.
좋은 도구를 만들어 놓고 왜 안 쓰냐고 묻는 쪽에 내가 서 있었다. 안 쓰는 사람이 게으른 게 아니라, 어제까지 쓰던 방법이 아직 더 싼 것이다. 더 싸게 만들어 놓지 않고 건넨 건 나다.
만드는 동안 나는 기능을 셌다. 몇 가지를 할 수 있느냐. 받는 사람은 단계를 센다. 이걸 하려면 몇 번을 거쳐야 하느냐. 같은 물건을 놓고 서로 다른 걸 세고 있었으니, 내 쪽 숫자가 올라갈수록 저쪽 숫자도 같이 올라갔다.
일정을 잡을 때 이제 두 가지를 따로 잡는다.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쓰게 되는 데 걸리는 시간. 뒤엣것을 0으로 놓고 시작했으니 첫 일정은 처음부터 틀린 값이었다.
새로 만들 게 하나 있다. 만들기 전에 옆에 앉아서 지금 그걸 어떻게 하는지 한 번 보기로 적어뒀다. 화면을 보려는 게 아니라 손을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