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셋 아빠의 삶과 사업
그 사이의 짧은 생각들
하루가 끝나야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식탁에 앉아 그제야 오늘을 들여다봅니다. 여기 적힌 것들은 대단한 성취가 아닙니다. 대부분 어떻게 버텼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글 2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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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한 날처럼 느껴지는 날
오늘 뭘 했는지 적으려다 줄이 안 채워졌다. 그 사이에 회사는 어제와 같은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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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고 만든 프로그램을 아무도 안 썼다
기능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쓰던 방식에서 멀어진 거리만큼 안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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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이 안 와서 잘 돌아가는 줄 알았다
메일함을 지켜보라고 시켜둔 자동화가 이레 동안 멈춰 있었다. 멈췄다고 말해주는 장치가 없어서, 멈춘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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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사람이 없다
배울 사람은 많은데 따라가고 싶은 사람은 없다. 오래 이걸 내 결함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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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깨어 있는 이유가 일만은 아니었다
에너지는 혼자 있을 때 채워지고, 생각은 사람에게서 온다. 아이 셋 아빠에게는 앞의 것이 가장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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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하는데 한 곳만 계속 적자였다
매출도, 단가도, 사람도 아니었다. 아닌 것을 하나씩 지우고 나니 아직 아무도 열어보지 않은 칸 하나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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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수 있는 판의 크기는 통장이 정하지 않았다
아이 셋을 키우는 사람의 리스크 한도는 잔고가 아니라 식구 수가 정한다. 그게 나를 지켰고, 동시에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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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전화 50통을 AI에게 들려줬다
질문 99개가 나왔다. 그대로 쓸 수 있는 건 절반이 안 됐고, 못 쓰는 쪽이 더 많은 걸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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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를 줄였더니 더 큰 돈이 나갔다
결산서에서 가장 큰 줄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여기를 줄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청구서는 시차를 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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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걸 해내고도 안 기뻤고, 작은 걸 잘 만들면 기뻤다
성취의 크기와 만족의 크기가 반대로 움직인다. 몇 년째 그래서, 지금은 그걸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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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그때 어땠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사업하는 아버지를 둔 아이였다가, 사업하는 아버지가 되었다. 그 사이에 물어볼 시간이 삼십 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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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율 123퍼센트. 그런데 회사는 안 망했다
매출보다 비용이 컸던 달의 결산서를 뜯어봤다. 숫자를 갈라 놓고 나서야 무엇이 사고이고 무엇이 병인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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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곱씹는 게 나쁜 줄 알았다
털어내라는 말은 나에게 통하지 않았다. 대신 곱씹은 것을 어디에 적을지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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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고를 확인하려고 은행 앱을 여섯 번 열었다
은행은 이미 매일 잔액을 문자로 보내주고 있었다. 읽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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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보낼 주말이 몇 번 남았는지 세어봤다
가족이 우선이라고 말해왔다. 그건 진심이다. 그런데 달력에는 그렇게 적혀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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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드는 물량의 4분의 1은 공짜였다
청구서에 안 잡히는 물량을 원가에 넣어봤다. 손익분기점이 25퍼센트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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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당한 곳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거절은 "당신 회사는 안 됩니다"가 아니었다. "지금 조건으로는 안 됩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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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못 뽑아서 AI에게 회사 일을 맡겨봤다
몇 달 동안 실제로 넘긴 일과 끝내 넘기지 못한 일. 그 경계가 어디였는지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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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을 재우고 새벽 2시에 엑셀을 연다
꼼꼼한 게 강점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게 내가 이 시간에 앉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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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큰 계약을 따내고, 1억을 잃었다
단가를 깎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계약서에 없던 네 가지가 2년에 걸쳐 1억을 가져갔다.